얼마 지나지 않아 IS 일원들이 치료를 받으려고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민족, 종교,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치료하자는 의료 윤리에 따라 행동했다. 어느 날 IS일원들이 오더니, 라카 시에서 그들이 점령한 병원에서 일하라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의사들 대부분이 시리아를 떠난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내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거부했고, 그 후로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도무지 숨을 곳이 없었다. 라카 주변에 작은 마을도, 라카 시내도 안전하지 못했다. 시리아를 떠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위험하게 남아 있느니 차라리 죽음의 배에 올라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위원님은 혹시 '아기공룡 둘리'라는 만화를 아시는지요. 만화 속 배경이 되는 고길동의 자택은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단독 주택입니다. 그런데 이 집은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고길동이 직접 구입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원래 집에 돈이 많았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둘리의 친구 도우너가 갖고 있는 타임머신을 타고 고길동이 어렸던 시절로 타임슬립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시골 초가집의 아주 가난한 환경이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직장 생활을 하며 자가 주택을 구매했던 것이죠. 대출금이 얼마 있는지는 모르지만 둘리와 일당들에 의해 집이 두 번이나 대파가 되었음에도 모두 재건축을 한 것을 보면 나름 여유가 있는 형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